문 대통령 ‘DMZ 국제평화지대’ 제안에 담긴 뜻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2019-10-02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갖고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를 유엔 회원국들에 제안했다. DMZ의 국제평화지대화는 70년간 남북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인 DMZ를 군사적 충돌이 영구히 불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어 평화를 확산시키자는 구상이다. 구체적 조치로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 지정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 ▲유엔지뢰행동조직 등과 DMZ 지뢰 협력제거 등이 제시됐다.

 

우선 정전협정 체결(1953년), 남북정상회담(2018년) 및 남북미 3자 정상회동(2019년)이 개최된 역사적 현장인 판문점 일대와 남북 상생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고,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는다면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로서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DMZ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국제적 지명도가 더 높아지면서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고용창출, 소득증대가 이뤄지면서 지방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DMZ 내에 남·북 주재 유엔기구, 평화·생태·문화·보건 관련 국제기구 등이 들어올 경우 관련 인프라 조성 등을 통해 평화협력 거점으로 재탄생하면서 비무장지대의 확고한 비무장·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DMZ 국제평화지대화는 한반도를 대륙과 해양으로 연결해 ‘교량국가’로의 발전 및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비전’ 실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에 고착된 냉전·분단 체제를 해체하고 남과 북이 평화공존, 상생번영하는 새로운 공동체 실현를 실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동아시아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나는 오늘 유엔의 가치와 전적으로 부합하는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지난 2월에 열린 북미 정상 간 하노이 회담 이후 정체돼 있는 상황을 감안해 비핵화 프로세스를 견인해 나갈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구체적 비전이 담겨 있다는 측면에서 각별한 의의가 있다. 특히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가장 원하는 반대 급부 중 하나인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제공 문제는 조만간 재개될 북미협상의 최대 현안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간 단계’가 선행되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평화지대는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 로드맵의 중간단계에서부터 상호 안전보장을 위한 제도적, 물리적 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한과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해 대북 안전보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국제기구가 ‘평화의 상징’이 될 비무장지대에서 세계평화와 관련된 활동을 한다면 재래식 무기에 큰 위협을 느끼는 북한 입장에서는 안도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무장지대 내 국제기구 설치와 활동이 현실화되면 북한도 체제 위협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이 서면 약속이라면, 비무장지대 내 국제기구 활동은 약속을 구체화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더욱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은 DMZ 고유의 완충 기능을 강화하고, 새로운 상호 안전보장 기능을 부여해 남북·북미 합의 이행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번 구상이 현실성을 갖는 것은 지난해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 2조 1항에서 ‘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뜻을 모았고, 9·19 군사분야 합의에서도 ‘DMZ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의 전쟁 위험 제거로 이어 나가기’로 합의해 ‘DMZ의 실질적 평화지대화’를 위해 이미 협력 중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공동 시행키로 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공동유해 발굴을 위한 연결도로 개설, 한강하구 지역 남북공동 조사를 통한 해도 작성 등이 마무리됐다.
 

물론 국제평화지대 구상이 실현되려면 북한과 미국의 화답은 물론 유엔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 판문점-개성 평화협력지구에 국제기구를 유치하려면 대북제재도 어느 정도 완화돼야 한다. 남북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구상을 구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엔·국제기구 협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결국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은 국민·북한·국제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